피부질환

가을이면 심해지는 피부 가려움, 건조한 계절의 피부 관리법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지면 종아리와 팔에 하얀 각질이 일어나고, 밤마다 긁느라 잠을 설친다는 분들이 늘어납니다. 여름에는 아무렇지 않던 피부가 왜 이맘때만 되면 말썽일까요?

가을부터는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피부의 수분이 줄고 각질층이 두꺼워지고, 여기에 실내 난방까지 더해지면 피부는 더 메마릅니다.[5] 그 결과 피부를 지키는 장벽이 약해져,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가려움이 생깁니다. 결국 이 계절의 피부 관리는 무너진 장벽을 다시 세우는 일이고, 그 핵심은 씻는 법과 보습, 실내 환경, 그리고 몸 안쪽의 균형에 있습니다.

건조하고 찬 공기가 피부 장벽을 약하게 만드는 이유

습도가 낮고 기온이 떨어지면 피부 장벽의 기능은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마찰 같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손상됩니다.[4] 이때 피부 세포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나오고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비만세포가 늘어나, 피부는 자극 물질과 알레르기 물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4] 춥고 건조한 날씨에 아토피피부염이 잘 악화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4]

나이가 들수록 이런 변화는 더 쉽게 찾아옵니다. 각질층 지질의 약 절반을 차지하며 수분을 붙잡아 두는 세라마이드는 나이가 들면서 양이 줄고, 각질이 새로 바뀌는 속도도 느려져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어집니다.[1] 중년 이후 가을만 되면 가려움이 유독 심해진다고 느끼는 분이 많은 이유입니다.

건조로 인한 가려움은 주로 허벅지와 종아리 같은 팔다리에서 시작해 심하면 온몸으로 번집니다. 그대로 두면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피부가 갈라지고 염증이 생기는 건성습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5]

한의학에서 가을을 '건조함(燥)의 계절'로 보는 이유

한의학에서는 계절마다 두드러지는 기운이 있다고 보는데, 가을의 기운은 조(燥), 곧 건조함입니다. 《황제내경》은 "서쪽에서 건조함이 생기고(西方生燥) … 폐는 피부와 털을 기른다(肺生皮毛)"고 하여, 가을의 건조함과 폐(肺), 그리고 피부를 하나의 줄기로 묶어 설명합니다.[1]

여기서 폐는 숨 쉬는 기관만이 아니라, 몸을 지키는 기운인 위기(衛氣)와 몸의 진액(津液)을 온몸의 피부로 퍼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폐가 이 기운과 진액을 피부 구석구석까지 보내 피부를 따뜻하고 촉촉하게 지키는 모습은, 오늘날 말하는 피부 장벽의 기능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1]

그래서 폐의 진액이 상하면 피부가 건조해진다고 보았고,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피부 건조는 노화의 바탕이 되는 신(腎)의 기운이 약해진 위에, 피부를 맡은 폐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난다고 해석합니다.[1] 가을 피부 건조를 피부 겉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몸 안쪽의 진액과 장부의 균형까지 함께 살피는 이유입니다.

같은 건조함도 몸 상태에 따라 살피는 곳이 다릅니다

같은 피부 건조라도 한의학에서는 어디서 균형이 깨졌는지를 먼저 봅니다. 폐의 음(陰)과 진액이 상하면 피부가 메마르고, 나이가 들어 몸의 바탕인 신(腎)의 기운이 약해지면 그 위에서 피부 건조가 쉽게 생긴다고 봅니다.[1] 또 피부 아래의 살은 비(脾)가 음식에서 얻은 영양으로 길러 준다고 보았습니다.[1]

그래서 실제 진찰에서는 마른기침이나 목의 건조함처럼 폐 쪽의 신호가 있는지, 피부가 전반적으로 얇아지고 쉽게 지치는지, 소화가 약하고 입맛이 없는지를 함께 살펴 치료의 방향을 정합니다. 바르는 관리가 같아도 몸 안의 원인에 따라 회복의 속도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목욕은 짧고 미지근하게: 피부를 지키는 씻는 법

건조한 계절에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씻는 습관입니다. 뜨거운 물에 오래 몸을 담그고 때를 밀고 나면 개운하지만, 피부를 지키는 기름막과 각질층까지 함께 벗겨져 장벽이 더 약해집니다. 하루 한 번 미지근한 물로 15분 정도 간단히 씻고, 때를 세게 밀거나 뜨거운 물로 목욕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5]

피부가 특히 예민한 아토피 피부라면 더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27~30℃의 미지근한 물로 5~10분 정도 씻고, 비누나 세정제는 자극이 적은 약산성 액상 제품을 쓰는 것이 권고됩니다.[3] 건조한 피부라면 아토피가 아니더라도 이 기준을 참고해 물 온도와 시간을 줄여 보시길 권합니다.

보습제는 언제, 얼마나 자주 발라야 할까

보습의 핵심은 타이밍입니다. 목욕 직후 수건으로 물기를 가볍게 두드려 닦은 뒤, 피부가 마르기 전에 바로 보습제를 바릅니다.[3,5] 그리고 목욕 후에만 바르고 끝내지 말고, 하루 최소 2번 이상 틈틈이 덧발라 피부의 촉촉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3]

한의학에서도 오래전부터 피부를 적시는 외용제를 써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운고(紫雲膏) 로, 옛 외과 의서 《외과정종(外科正宗)》의 윤기고(潤肌膏)에서 비롯된 연고입니다.[2] 실제로 한의사 325명을 조사했을 때 83.1%가 피부 건조에 자운고를 쓰고 있었고, 대부분 아픈 부위에 하루 1~2번 얇게 바르도록 안내하고 있었습니다.[2]

다만 자운고는 자줏빛이라 옷에 물이 들거나 특유의 냄새가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2] 넓은 부위는 일반 보습제로 관리하고, 유독 갈라지고 거친 부위에만 자운고를 얇게 덧바르는 식으로 함께 쓰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실내 환경과 생활 습관으로 가려움 줄이기

난방을 시작하는 계절에는 가습기를 활용해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5] 피부에 직접 닿는 옷은 자극이 적은 면 소재를 고르고, 물을 의식적으로 충분히 마시며 과일과 채소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합니다.[5] 자기 전에 보습 팩을 하면 다음 날까지 촉촉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5]

가려울 때 긁으면 잠깐은 시원하지만, 손톱이 장벽을 더 상하게 해 다시 가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손톱을 짧게 다듬고, 가려울 때는 긁는 대신 보습제를 한 번 더 바르거나 시원한 수건을 잠시 대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때는 집에서만 관리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 보세요

가려움이 심하다고 진단 없이 스테로이드 연고를 계속 바르면 얼굴이 붉어지거나 혈관이 비쳐 보이고, 피부가 얇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5] 또 피부 가려움은 다른 전신 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5]

  • 보습과 생활 관리를 꾸준히 해도 가려움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
  • 피부가 붉게 갈라지거나 진물이 나고, 긁은 자리에 딱지가 계속 생기는 경우
  • 가려움 때문에 밤잠을 자주 설치는 경우
  • 피부 증상 없이 온몸이 가렵거나, 피로·체중 변화 같은 다른 증상이 함께 있는 경우
  • 아토피피부염이 있는데 날씨가 추워지며 증상이 눈에 띄게 악화된 경우

건조한 계절은 해마다 돌아오지만, 피부가 그 계절을 견디는 힘은 관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짧고 미지근하게 씻고, 바로 보습하고, 실내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작은 습관에 몸 안쪽의 균형까지 함께 챙긴다면 올가을은 한결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습제는 로션, 크림, 연고 중 무엇을 고르는 게 좋나요?
A. 피부가 많이 건조할수록 묽은 로션보다 크림이나 연고처럼 유분이 많고 꾸덕한 제형이 수분을 오래 붙잡아 둡니다. 얼굴처럼 번들거림이 부담스러운 곳은 크림을, 종아리나 팔꿈치처럼 갈라지는 곳은 더 진한 제형을 쓰는 식으로 부위별로 나눠 써도 좋습니다.
Q. 샤워를 매일 하면 오히려 더 건조해지지 않나요?
A. 문제는 횟수보다 물 온도와 시간입니다. 미지근한 물로 짧게 씻고 바로 보습제를 바른다면 매일 씻어도 괜찮고, 오히려 땀과 노폐물을 씻어 내 가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뜨거운 물로 오래 씻거나 때를 미는 습관을 먼저 줄여 보세요.
Q. 자운고는 얼굴이나 아이 피부에 발라도 되나요?
A. 자운고는 연고 형태라 얼굴에 넓게 바르면 답답하거나 옷과 베개에 물이 들 수 있어, 보통 갈라지고 거친 부위에 소량씩 씁니다. 아이 피부나 진물이 나는 부위, 염증이 심한 부위에는 상태를 먼저 진찰받고 사용 여부를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참고문헌 · 출처

  1. 학술 문헌 피부 노화 현상에 대한 동서의학적 고찰: 주름, 과색소침착, 피부건조, 안면홍조를 중심으로
    KoreaScience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지 · 2014
  2. 학술 문헌 자운고의 한의사 처방 현황에 대한 웹기반 설문조사
    e-SCIENCE CENTRAL ·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지 · 2018
  3. 임상 가이드라인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 소아청소년 아토피피부염 진료지침: 1편. 피부관리 및 국소치료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 Allergy Asthma & Respiratory Disease · 2024
  4. 학술 문헌 The effect of environmental humidity and temperature on skin barrier function and dermatitis
    PubMed (NCBI) · 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 · 2016
  5. 공공기관 자료 땅기고 가려운 겨울철 피부 촉촉하게 관리하기
    국민건강보험공단 웹진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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