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질환
손발이 찬 수족냉증과 레이노 증후군, 어떻게 다를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남들은 괜찮다는데 저만 손발이 얼음장 같아요", "손가락이 하얗게 질리다가 파래져요"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둘 다 손발이 차가운 증상처럼 보이지만, 사실 성격이 꽤 다른 경우가 섞여 있습니다.
간단히 구분하면, 수족냉증은 주변 사람보다 손발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고' 잘 회복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반면 레이노 증후군은 추위나 스트레스에 손발가락 혈관이 순간적으로 수축해 피부 색이 하얗게, 파랗게 변하는 혈관 반응입니다.[1,2] 특히 레이노 증후군은 다른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질환을 차례로 살펴보고 나란히 비교한 뒤, 한의학적 관점과 생활 관리법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수족냉증이란: 주변보다 유난히 손발이 차게 느껴지는 상태
수족냉증은 손이나 발이 차갑게 느껴져 일상생활이 불편한 경우를 말합니다. 추위를 느끼지 않을 온도에서도 차다고 느끼거나, 추운 곳에서 주변 사람보다 지나치게 차가움을 느끼거나, 따뜻한 곳으로 옮겨도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가 해당하며, 차가움과 함께 시리거나 저린 느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1]
생각보다 흔합니다.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전국 조사에서 손이 차갑다는 사람은 21.6%, 발이 차갑다는 사람은 23.0%였고, 손과 발이 모두 차가운 사람도 17.9%에 달했습니다.[3] 남성보다 여성에게, 체질량지수가 낮은 마른 사람에게 더 흔했고, 수족냉증이 있으면 신체적·정신적 삶의 질이 함께 떨어졌습니다.[3] '원래 손발이 찬 체질'이라며 넘기기에는 생활에 주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뜻입니다.
레이노 증후군이란: 손가락 색이 하얗게, 파랗게 변하는 혈관 반응
레이노 증후군은 추위나 심리적 변화로 손발가락의 혈관이 순간적으로 좁아지면서 피부 색이 변하고 통증이나 저림이 함께 나타나는 질환으로, 일반 인구의 약 10%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2] 혈관이 수축하면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가 파랗게 변하고, 10~15분쯤 지나 수축이 풀리면 붉어지며 얼룩덜룩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2]
대부분은 뚜렷한 원인 없이 생기는 일차성이지만, 병원에 의뢰된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는 원인이 되는 질환이 함께 있는 이차성으로 확인됩니다.[2] 전신 경화증,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류마티스 질환, 동맥경화, 진동 공구를 오래 쓴 경우, 일부 혈압약 같은 약물이 원인이 될 수 있고, 시간이 지나 류마티스 질환이 뒤따라 나타나기도 합니다.[2]
한눈에 비교하는 수족냉증과 레이노 증후군
- 느낌과 모양: 수족냉증은 차갑고 시린 '느낌'이 중심이고 피부 색 변화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레이노 증후군은 손가락 색이 하얗게, 파랗게, 붉게 바뀌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특징입니다.[1,2]
- 나타나는 방식: 수족냉증은 추운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차갑고 잘 풀리지 않습니다. 레이노 증후군은 추위나 스트레스를 계기로 발작처럼 시작해 10~15분쯤 지나면 풀립니다.[1,2]
- 함께 살펴야 할 것: 수족냉증은 빈혈, 저혈압, 위장 질환, 자율신경 실조, 부인과 질환 등과 함께 나타나기 쉽습니다. 레이노 증후군은 류마티스 질환 같은 원인 질환이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1,2]
- 관리의 방향: 수족냉증은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중심입니다. 레이노 증후군은 추위 노출을 피하는 것이 기본이고, 이차성이라면 원인 질환 치료가 먼저입니다.[1,2]
수족냉증 안에 레이노 증후군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두 질환을 딱 잘라 나누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수족냉증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질환으로 레이노 증후군을 비롯해 빈혈, 저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이 꼽히고, 손목터널 증후군이나 말초신경염, 척추 디스크처럼 저림을 일으키는 질환과도 구분해야 합니다.[1] 손발이 차갑다고 해서 모두 같은 원인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진료에서는 자각 증상과 함께 몸의 온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합니다. 적외선 체열 촬영으로 손바닥 가운데(노궁혈)가 팔 위쪽(협백혈)보다 0.3℃ 이상 낮거나, 발등(태충혈)이 허벅지(복토혈)보다 2.0℃ 이상 낮으면 수족냉증을 판단하는 데 참고합니다.[1] 필요하면 혈액 검사 등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처럼 냉증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이 없는지도 확인합니다.[1]
한의학에서 보는 수족냉증: 따뜻한 기운이 부족한가, 흐름이 막혔는가
한의학은 수족냉증을 몸 상태에 따라 양허(陽虛), 기허(氣虛), 혈허(血虛), 기울(氣鬱), 어혈(瘀血), 담음(痰飮) 같은 유형으로 나누어 보고, 사상체질도 함께 고려합니다.[1] 크게 보면 몸을 데우는 따뜻한 기운과 혈이 '부족해서' 손발 끝까지 닿지 못하는 경우와, 기운과 혈은 있는데 스트레스나 노폐물로 흐름이 '막혀서' 손발이 차가워지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형에 따라 처방도 달라집니다. 소화 기능이 약하고 배가 찬 경우에는 이중탕(理中湯), 기운이 처지고 쉽게 지치는 경우에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기와 혈이 모두 부족한 경우에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허리 아래가 시리고 신(腎)의 양기가 약한 경우에는 팔미지황환(八味地黃丸) 등을 바탕으로 처방을 정합니다.[1] 홍삼 과립은 수족냉증에 비교적 높은 근거 수준으로 권고되며, 수족냉증이 있는 여성 80명이 8주 동안 홍삼을 복용했을 때 가짜 약보다 손과 발의 피부 온도가 높아지고 냉증의 불편감이 줄었으며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습니다.[1,4]
침 치료는 손이 찰 때 합곡(合谷)·곡지(曲池)·외관(外關), 발이 찰 때 태충(太衝)·족삼리(足三里)·음릉천(陰陵泉) 같은 혈자리를 중심으로 하고, 따뜻한 자극을 더하는 온침이나 전침을 함께 쓰기도 합니다.[1] 뜸은 배꼽(신궐)과 배꼽 아래 관원, 명치 아래 중완처럼 몸의 중심을 데우는 혈자리에 주로 뜹니다.[1]
생활 속 관리: 따뜻하게 지키고, 가볍게 움직이고, 숨은 깊게
수족냉증 관리는 결국 몸이 스스로 열을 만들고 손발 끝까지 보내는 힘을 기르는 일입니다. 생활 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1]
- 걷기나 스트레칭처럼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합니다.
- 배를 부풀렸다 내쉬는 복식호흡으로 긴장을 풀어 줍니다.
- 핫팩이나 담요 같은 보온 물건을 활용하고, 따뜻한 음식을 챙겨 먹습니다.
-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입욕이나 온천으로 몸을 데웁니다.
- 잠을 충분히 자고, 흡연과 음주, 카페인 섭취는 피합니다.
레이노 증후군이 있다면 추위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외출할 때 장갑과 양말로 손발을 따뜻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담배는 꼭 끊어야 합니다.[2] 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는 일부 약물이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임의로 끊지 말고 처방한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2]
이런 증상이라면 먼저 검사를 받아 보세요
레이노 증후군은 류마티스 질환 같은 교원성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어, 피부 색 변화가 있다면 병력 확인과 혈액 검사 등으로 원인 질환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권고됩니다.[2] 아래와 같은 경우라면 손발이 찬 체질이라고 넘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 추위나 긴장할 때 손가락 색이 하얗게, 파랗게 변하는 경우
- 손발가락 끝에 상처나 궤양이 생기고 잘 낫지 않는 경우
- 관절통,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굳는 느낌, 발진, 원인 모를 피로가 함께 있는 경우
- 한쪽 손이나 발만 유독 차고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진 경우
- 당뇨병이 있으면서 발이 차고 저린 경우
손발이 찬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피부 색이 변하는 혈관 반응인지, 다른 질환이 숨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단순한 수족냉증이라면 몸의 유형에 맞춰 안쪽의 균형을 바로잡고 생활 습관을 바꿔 나가는 것이 올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 Q. 홍삼을 먹으면 누구나 손발이 따뜻해지나요?
- A. 홍삼은 수족냉증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몸에 열이 많거나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분, 혈압이 높은 분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거나 체질이 맞는지 확신이 없다면 먼저 진찰을 받고 양과 기간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Q. 레이노 증후군도 한의 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 A. 먼저 원인이 되는 질환이 있는지 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고, 이차성이라면 원인 질환 치료를 함께 받아야 합니다. 원인 질환이 없는 일차성이거나 손발이 차고 시린 증상이 함께 있다면, 보온과 생활 관리를 바탕으로 한의 치료를 병행해 증상 관리를 도울 수 있습니다.
- Q. 손발이 찰 때 족욕이나 핫팩을 써도 괜찮을까요?
- A. 몸을 데우는 데 도움이 되지만, 손발 감각이 둔한 분이나 당뇨병이 있는 분은 뜨거움을 잘 느끼지 못해 화상을 입기 쉽습니다. 너무 뜨겁지 않은 온도로 짧게 하고, 핫팩은 피부에 직접 오래 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참고문헌 · 출처
- 임상 가이드라인 수족냉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한국한의약진흥원 · 사상체질의학회·대한한방부인과학회 집필 · 2021 - 참고 자료 레이노 증후군
서울대학교병원 N의학정보 - 학술 문헌 The Relationship between Cold Hypersensitivity in the Hands and Feet and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in Koreans: A Nationwide Population Survey
PubMed (NCBI) ·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 2019 - 학술 문헌 Efficacy and safety of Korean red ginseng for cold hypersensitivity in the hands and feet: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trial
PubMed (NCBI) ·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 2014